Q:
안녕하세요 목사님. 저는 10여 년 동안 벧엘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목사님 홈페이지에서 신앙Q&A를 챙겨보고 있는 청년입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조계사로 은신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참을 승강이하다, 결국 자진퇴거 형식으로 경찰에 출두했지만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한 위원장이 은신처로 생각한 곳이 만약 조계사가 아닌, 벧엘교회였다면?
우리 교회 역시 종교 시설(건물 허가와는 관계없이)로 분류될 것 같고,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찰이나 성당과 같은 기능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구약에서 '도피성'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예배당'이 도피성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거기에 연관 짓기는 조금 무리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 결정은 누가 하는지, 혹 목사님이 하시는지 아니면 교회 내 다른 의사결정 기구가 있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생각의 타래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교회의 기능에 대한 고민이다 보니 어쩌면 신앙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송구스럽지만, 목사님께 이렇게 직접 질문을 남깁니다.
과연 우리 벧엘교회는 '도움을 요청하는 범죄자'에게 도피성이 될까요? 아니면 그를 경찰에 신고할까요?
A:
먼저, 속히 답변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12월과 1월 초에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답변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형제가 질문한 것은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닙니다. 우선, 교회는 구약에 나온 ‘도피성’에 비유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신정(神政)국가라고 할 수 있고, 대제사장이 모든 판결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죄인(고의적이든 아니든)이 도피성으로 피신하는 것은 제사장의 판결을 받거나 보호를 받기 위함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분명한 죄인이면 오히려 자기 발로 재판정에 들어간 셈이 되는 것입니다. 신약에서는 우리의 도피성은 성막이나 성전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되었으므로 교회나 성당이 도피성이 될 수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세속적인 경찰이 마음대로 들어온다는 것은 그 종교를 무시하거나 신앙의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가 되므로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 교회에 도피성처럼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들어온다면 무조건 숨겨주지도, 무조건 내어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사안을 잘 검토해봐야겠지요. 그리고 공권력을 설득하든, 도피자를 설득하든 공의와 사랑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종교가 공권 위에 군림한다거나 공권력이 종교를 무시하는 행위는 모두를 위해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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