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교회를 이어서 목회를 해도 괜찮을까요?
Q.
오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미나 역시나 최고의 세미나였습니다. 맛있는 점심도 감사했고 세미나 모든 시간마다 도전받고 회개하고 다짐하고 앞으로의 목회의 방향을 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힘드실 텐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으로 다 쏟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이 되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저도 목사님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꼭 그런 목회자가 되겠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세습에 관한 것인데 아버님이 개척한교회가 작은 교회입니다. 미자립은 아니지만 빚이 있고 부교역자도 없고 담임목사 사례비도 보통 부교역자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힘들게 목회하시는데 성도님들은 대략 50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는 지병이 있으신데 재생불량성 빈혈과 당뇨병으로 이제 더 이상 목회하기 힘든 가운데 있습니다. 저는 아버님교회에서 10년간 부교역자로 사역을 했었는데 제가 자란교회고 은혜 받은 교회고 사역자로 섬긴 교회라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사역하는 교회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합니다. 500명이 모이는 교회에 부목사로 지내다보니 사례비도 전보다는 많이 받고 있는데 아버님이 은퇴를 선언하시고 청빙위원회가 열려 제가 후보가 되어 투표에 통과되어 성도님들이 원한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작은 교회를 말씀으로 잘 섬기고 싶은데 이런 경우도 세습으로 지탄받을까요?
사실 주위를 돌아보면 이렇게 시작할 수도 없는 분들이 많고 힘들게 개척하시는 분들의 눈으로는 세습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만약 청빙이 된다면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실지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배 목사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A.
목사님이 잘 들어주셔서 좋은 세미나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감사를 드립니다. ‘세습’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선은 교회에서 목사님을 청빙하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세습(世襲)’이란 사전적으로 말하면 ‘한 집안의 재산•신분•직업 따위를 그 자손들이 대대로 물려받는 일.’을 말합니다. 여기에 ‘세습’이란 북한정부의 정치적 상태, 공산주의의 세습 등을 연상케 합니다. (사실 공산주의는 세습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북한만 특이한 경우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가 맡은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 혹은 이어서 사역하게 하는 것을 마치 공산주의, 북한이나 하는 행동을 한다는 오해가 생겼다고 봅니다. 내가 아는 한 성경에는 세습이란 표현은 없다고 봅니다. 완전히 반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버지가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사업체를 아들에게 물려주면 ‘세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그런 표현은 공정한 표현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고, 특히 이 ‘세습’이라는 용어는 세상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기독교 안에서 나온 표현이니까 세상은 전혀 부담을 갖지 않고 사용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세습’이란 표현보다는 ‘물려준다.’ ‘뒤를 이어 목회를 하게 했다.’는 등의 표현으로 우리가 스스로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권력이나 재산을 물려주었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교회가 그렇게 한다는 것에 비난을 받는 것이지요.
일단, 이미 세상은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을 세습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을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과 상관없다고 말하며 고집을 피울 것이 아니라 세상 앞에 덕을 위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권고하고 싶습니다. 목사님은 아버지 교회를 맡는다는 것은 오히려 물질적으로 더 궁핍해지는 것은 사실이고, 자신에게는 유익될 것이 없고 더 어렵게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의 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금의 경향입니다. 제가 딱 잘라 말해줄 수는 없고, 목사님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성경적으로 아버지 교회가 목사님을 청빙하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목사님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순간 하나님이 무엇을 기뻐하실 것인가를 기도하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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