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의 계절.”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해 오히려 식상합니다. 그러나 이 표현만큼 인생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결실이든 결실되기까지의 과정이 있고, 그 이전에 생겨나는 생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과일이 결실을 맺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겪습니다. 비와 바람도 맞고, 심지어 태풍과 번개도 맞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그 결실은 더욱 값지게 보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결실한 것만 보고 그것이 주는 이익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싱그럽고 맛이 좋아 우리는 모든 감각과 허기에 만족을 채웁니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우리의 인생이 잘 익어 이런 탐스러운 결실을 맺는다면 어떨까요? 인간은 열심히 살다가 늙어서 죽는다고 여기며 사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결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말을 하면 괜스레 부담스럽고 그런 표현은 멀리하고 싶어집니다.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하는 질문을 놓고 조사를 해봤더니 첫째는 성취를 이루었을 때, 둘째는 예기치 않은 것을 얻게 되었을 때, 셋째는 믿음과 희망을 가졌을 때였다고 합니다. 이것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압니까? 바로 ‘얻는다’, ‘가진다’입니다. 성취도 노력해서 얻는 것을 말하고, 기대 이상의 것을 얻는 것, 그리고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라고 해석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그냥 살 수 없습니다. 무엇을 얻는 것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그것을 얻을 수 있다, 얻어가고 있다, 얻었다로 이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할 때는 포기도 하고, 좌절도 하고, 불행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또 다른 방법이나 다른 것을 추구할 시도를 하면서 새롭게 힘을 내서 삽니다.
너무 거창하게 나갔나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열매를 보기도 즐기기도 하지만 열매가 맺혀가는 과정과 노력에 대해서는 무시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말 좋은 결실을 얻고자 한다면 이런 시작과 과정 그리고 완성을 잘 이루어가야 합니다. 기간이 필요하고 인내도 필요하지요. 또 집중도 요구됩니다. 인터넷에 ‘결실’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세요. 수많은 형형색색의 과일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과일들도 있구나!”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한 나무가 그 모든 과일을 다 맺는 것은 아닙니다. 또 그것을 인생에 비유하면 한꺼번에 많은 종류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내가 기대하는 바의 열매를 맺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나 자신이 바라는 것이 다 이루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실을 생각해야 하고, 그 결실이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요? 그리고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FTA로 농수산물 수입이 개방되니까 갑자기 우리나라 포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보통 이때쯤이면 포도가 풍성하게 가정마다 가득가득 식탁 위에 놓이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포도의 당도가 높아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에 쏠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먹어왔던 포도가 인기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것을 미리 알아차린 농부들은 포도재배를 포기하고 사과재배로 전환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빨리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에 포도를 재배해왔던 농부가 이런 상황을 읽지 못하고, 또 알았다 할지라도 “그래도 난 포도를 재배할 거야.”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하면 되지.”라고 한다면 이 생각은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때로는 나의 최선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결실할 대상을 바꾸는 것이지요. 포도에서 사과재배로 바꾸었듯이…. 그렇다고 사과를 재배하면 다 성공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세상이지요. 그러니까 자신의 생에서 어떤 결실을 보고 싶은지를 정해야 하고, 그것을 정했다 할지라도 상황에서 판단해야 하고, 변화를 줄 때는 좀 더 연구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만 팁을 드린다면, 인생의 결실은 단 한 번에 모든 결실을 거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결실을 이루면 그다음 결실이 쉬워지고, 또 그 결실을 거두면 더 많은 결실을 거두는 일에 가까워지고, 또 그렇게 이루어 가면 더 많은, 좋은 결실을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참, 이것 아십니까?
아무리 농부가 곡식이나 과일을 잘 재배한다 해도 비가 안 오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태풍이 불어오고, 심지어는 너무 많은 비를 뿌려도 결실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에 숭배를 해왔습니다.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위력 둘 다 안 것이지요. 그리고 자연법칙이 곧 신이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쩔 수 없는 신앙일까요? 분명히 오늘 우리가 사는 것은 살기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결실을 맺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름답게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전능하신 하나님과 함께한다는 것 즉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12)